재인형에게

잊혀진 다는 것은 잊으려 하는 이에게 아픔인 줄 모르시나요

편집부/이형기 | 기사입력 2022/04/18 [11:47]

재인형에게

잊혀진 다는 것은 잊으려 하는 이에게 아픔인 줄 모르시나요

편집부/이형기 | 입력 : 2022/04/18 [11:47]

▲  사진=이형기   ©

재인 형!!

 

형을 잊어야 겠어요.

 

오늘, 하늘이 5월처럼 말갛습니다.

청포물에 깨끗이 씻어 낸 누이의 얼굴처럼 맑고 환합니다.

 

하얗고 노란 꽃잎들은 이미 초록 잎사귀에 묻히고 있지만,

형이 있는 뜰에도 또 다른 붉고 더 짙은 오만 꽃들이 천지를 진동 하겠지요.

그러다 또 다른 시간에 밀려 다른 바람이, 향기가 곁을 지나칠 것이고.

 

!

저는 노란 꽃잎을 보면 모두가 아파했던 그 장면에 아직도 죄책감으로 가슴이 파랗게 저미어 옵니다.

아직도 차가운 그 바닷물에 얼비치는 노란꽃잎의 흔들거림에 아린 가슴을 훔치게 됩니다.

 

그런 감정의 골이 채 메워지지도 않았는데도 또 시간은 저 만치 떠나버렸네요.

 

그동안 어디 있었나요? 시간은 이미 지나갔는데

 

지난 16일 세월호에 관련된 발언을 했더군요.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게 아이들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형은 촛불혁명으로 집권을 하였지요.

그 촛불혁명에서 나온 민중의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 형은 잘 아시죠?

언론개혁, 적폐청산, 사법개혁, 공정한 세상, 세월호의 진실규명,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등등... 굵직한 몇 개만 꼽아도 뭐 이 정도 아닌가요?

그 많은 외침에 적임자라는 부름에 나섰고 그러겠노라고 다짐을 하고 최고 책임자가 되셨지요?

 

엊그제 형은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게 아이들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5년이 다 지난 이제 와서 굳이 그런 말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

 

화들짝 놀라 잠을 깨니 꿈이었더군요.

우리는 지금까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거죠?

우리는 무슨 악몽을, 미몽에 헤매고 있었는지 식은땀이 흐릅니다.

 

촛불이 광장을 불태우고 있을 때 형이 아닌,

만약에, 진짜 만약에 지금 당선자가 그 때 민중의 부름에 나서 권력을 잡았다면,

 

상상컨대 그는 제일 먼저 조중동을 비롯한 적폐 언론의 청산에 나설 것이었고, 검찰의 난동을 잠재웠을 것이며, 세월호의 진실 깨내기에 나섰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찬란한 상상을 해 보는 내가 바보일까요?

 

지금 당선자 진영에서 펼치는 여러 가지를 미뤄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과연 과연 나만의 독선적 편 가르기 행동일까요?

 

잊혀진 사람이 아닌 잊고 싶은 사람

 

.

오는 59일 업무 종료 후 청와대를 떠난다 하셨더군요.

하루라도 청와대에 더 머물고 싶은 생각도 없고 임기 후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하셨고요.

잊혀진다는 것은 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 잊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들 일 것인지도 생각해 보셨을 것이고요.

 

잊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아픔이 있다는 것이 아닐런지요.

잊혀진 그 사람은 편할지언정, 잊기 위해 잊은 대상들의 그 아픔과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라도 형이 잊으려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사람이 아니라 잊어야 될 사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성취는 덧 난 상처보다 짧습니다.

 

형의 재임 기간 중 우리의 국가위상은 놀랍도록 높아졌습니다.

K-POP, K-FOOD, K-CULTURE, K-FASHION, K-WEBTOON 등등 한국이라는 브랜드로 인해 많은 일들이 비약적으로 성장과 세계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5년이라는 문재인정부 시간동안 이룬 일은 물론 아니지만 친 문화정책과 대외적인 한국브랜드의 위상제고 덕이라고 봅니다.

 

그런 나름의 성과에 취해 촛불 시민이 요구하고 피터지게 외쳤던 광장의 아젠다를 법과 원칙에 얽매여 결실로 답을 못했다면,

이는 분명 실패한 촛불 혁명의 완수였습니다.

민중의 요구에 대한 무력한 답이었다고 봅니다.

 

기억 속에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

 

!
이제 20여 일 남았네요.

지난한 세월이었지만 시민의 힘으로 앉게 된 권좌에서 떠날 것이고, 형은 형의 뜻대로 잊혀 진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무현의 죽음을 보면서,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권력자가 된 형이었습니다.

 

재인 형!

무엇을 성취했나를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잊었고, 무엇을 버렸나, 무엇을 남겼나를 생각하고 촛불 민중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할 마음은 없는지요?

 

다시 봄입니다.

다시 봄은 갑니다.

돌아봄으로써 지나 친 봄을 생각해야 합니다.

 

형의 앞에 무운을 빕니다.

 

2022년 아픈 4월 시리도록 푸른 하늘아래에서

 

 

 

베르나르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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