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이철경 / 북인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105면

편집팀 | 기사입력 2022/06/21 [06:32]

질주

이철경 / 북인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105면

편집팀 | 입력 : 2022/06/21 [06:32]

질주

 

(이철경)

 

길 옆 채소밭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신작로 길

온 힘을 다해

없는 발을 움직여

질주하지만,

 

배추벌레가

푸르딩딩한 몸으로

한여름 그늘 사이를

빠져나와

터져 죽었다

 

푸른 피 토해내며 마르고 있다

 

ㅡ 북인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105면

 

 

지렁이 한 마리

자갈자갈 끓는 시멘트 바닥에

구불텅구불텅 시 한 편 써놓고

황홀하게 죽어간다

 

부끄럽다

지렁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시를 써본 일이 있는가

 

아, 이제 시 쓸 일은 없겠다

ㅡ 시인도 아니면서 건방을 떤다

 

*오뉴월 염천에 땡볕에 나와 얼마 가지 못하고 뜨거운 햇볕에 말라 죽어가는 지렁이를 보며 쓴 글이다. 배추벌레를 바라보는 시인의 심정이 이러했으리.

 

2022년 6월 21일. 아침에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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