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이철경)
길 옆 채소밭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신작로 길 온 힘을 다해 없는 발을 움직여 질주하지만,
배추벌레가 푸르딩딩한 몸으로 한여름 그늘 사이를 빠져나와 터져 죽었다
푸른 피 토해내며 마르고 있다
ㅡ 북인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105면
지렁이 한 마리 자갈자갈 끓는 시멘트 바닥에 구불텅구불텅 시 한 편 써놓고 황홀하게 죽어간다
부끄럽다 지렁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시를 써본 일이 있는가
아, 이제 시 쓸 일은 없겠다 ㅡ 시인도 아니면서 건방을 떤다
*오뉴월 염천에 땡볕에 나와 얼마 가지 못하고 뜨거운 햇볕에 말라 죽어가는 지렁이를 보며 쓴 글이다. 배추벌레를 바라보는 시인의 심정이 이러했으리.
2022년 6월 21일. 아침에 시 한 편 <저작권자 ⓒ 뉴스콕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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