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떨어진 능소화에 빼앗긴 마음 ㅡ 사이
백영란 선생의 <툭 떨어진 능소화에 빼앗긴 마음>의 그림이다. 나는 이 그림의 소제목을 <사이>라고 지었다. 툭 떨어진 능소화를 바라보는 까마귀의 시선, 능소화와 까마귀 사이의 뭐냐? 그……, 시선, 마음, 관심, 아무 생각 없이 자꾸만 눈길이 가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있다.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에서 ‘사이’라는 말에 시선이 갔다. 정현종 시인의 시에는 유독 ‘사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시인이 생각하는 사이는 뭘까?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섬 사이. 너와 나 사이의 중간이 아닌 바로 그사이. 내가 생각하는 사이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관계다. 툭 떨어진 능소화에 빼앗긴 까마귀의 마음 역시 관계다.
사이와 시선, 그 사이의 마음은 내가 백영란 선생의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 바로 그 마음으로 인해 백영란 선생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섬들이 사라지고 있다. 섬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안과 외부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커튼이 걷어진다는 말과 같다.
까마귀와 툭 떨어진 능소화 사이 그리고 까마귀의 시선을 통해 전해지는 그 마음
우리는 그 ‘사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과 저것의 ‘사이’에는 시기와 질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가 좁혀질수록 상처도 많이 받는다. 남보다 가족에게 상처를 많이 받는 까닭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면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내가 일목 백영란 선생의 그림에 시선을 주고 마음을 빼앗겼지만, 항상 조심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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