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오만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거나 그 꼭대기에 선 사람을 나는 서예가, 화가, 시인이 아닌 예술가라고 부른다. 예술은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들을 지키기보다는 상식을 깨고 관성을 해체한다. 상식적으로 재미없게 사는 사람 입장에서보면 튀어도 많이 튄다. 사람들은 그렇게 튀면 관대하기보다는 대개 질투를 넘어 시기하기 일쑤다. 사실은 저도 튀어보고 싶은데 그놈의 알량한 체면이라는 담벼락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튀고 싶어도 튈만한, 자신을 설명할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데에 절망하고 그 절망은 예술가들의 튀는 삶에 대해 비판적으로 작용한다.
예술가들의 튀는 삶은 오만으로 아집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나는 예술가들의 그 오만을 사랑한다. 그 오만과 아집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가 그리는 그림이나 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일목 백영란 선생의 <달빛 물결>이라는 그림이다. 물결이 황금빛으로 물든 걸 보면 꽤 밝은 보름달이지 싶은데 (…)물결에 비친 달빛을 보니 바람도 꽤 불었다. 수초가 우거진 작은 도랑이 아니라 최소한 고향 홍천강 정도의 너른 강물이리라.
얼마 전에 돌아가신 덕순 아줌마가 젊은 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홍천강변에 앉아 강아지풀 모가지를 똑똑 분질러가며 바라보던 그 물결이다. 그러나 그 달빛, 그 물결 어느 갈피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을 터, 덕순이 아줌마는 달빛이 비친 출렁거리는 천 길 깊이의 그리움을 주체하지 못해 몸부림쳤을 것이다. 아아 정인을 잃고 몸부림치던 덕순이 아줌마도 이제는 달빛 물결 바람에 일렁이는 레테의 강을 건너고 말았으니 (…)인생무상이 바로 이런 게 아니겠나!
일기를 쓰다 말고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왜? 그림이든 시든 내 주변과 연결을 시켜 이해를 하려고 할까?
여기에 바로 나의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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