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의 "그림에 썰을 그리다"

제40화 학문을 대하는 태도

편집팀 | 기사입력 2023/08/21 [05:00]

조상연의 "그림에 썰을 그리다"

제40화 학문을 대하는 태도

편집팀 | 입력 : 2023/08/21 [05:00]

학문을 대하는 태도

가산 김부식

 

▲ 학문을 대하는 태도/ 가산 김부식 70*70 한지에 먹     ©

 

逆水行舟,不進卽退

(學問 如) 逆水行舟 不進卽退(학문은) 물을 거슬러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으니,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곧 뒤로 물러나게 된다.

 

1989년 창립하여 수많은 후학을 배출한 서예과가 이제 막 열매를 거둘 나이에 무참히 도륙되었다. 자본주의의 주구인 교육부의 허망한 칼질로 기록되었겠지만 완장을 찬 파렴치한 문지기들의 행동 또한 우리 피눈물 나는 후학들의 뇌리를 떠나기는 어려우리라. 이번에 현담선생이 아련하여 동문전을 개최한다고 하니 逆水行舟四子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눈물로 휘지揮之하고 간단한 소회를 적어본다. 다시 한번 배를 밀어보자. 이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배라 할지라도, 가산 김부식

 

소동파가 주역의 기제괘(旣濟卦)天下之事 不進則退 無一定之理(천하지사 부진즉퇴 무일정지리)에서 인용했다고 하나 내가 알기로 기제괘에는 이런 말이 없다. 가지고 있는 모든 주역 책 어느 곳에도 없기에 하는 말이다. 가산 선생의 글씨 내용에 대한 설명은 전북도민일보 20180918일자 기사를 인용한다.

 

원광대 서예과는 1989년 남정 최정균 선생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여 대한민국 최초로 서예과가 창설되었으며 30여 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서예인만 해도 1,200여명에 이른다. 서예과가 창설되고 한동안은 높은 인기로 인하여 입시공부를 위하여 명망 있는 입시전문 서예학원을 찾아 공부를 하였고 2, 3년을 재수해 가면서 서예과에 입학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원광대학교가 서예과로 유명세를 타자 이어 계명대학교, 대구예술대학교, 대전대학교, 경기대학교 등에서 서예과를 창설하는 등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예계가 역동적으로 붐이 일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와 핸드폰 등 디지털 시대의 발달과 주거형태 대부분이 벽에 못 박는 것을 꺼려하는 아파트로 변하고 한자를 배우지 않은 한글세대가 주류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서예 작품이 거래가 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예를 배우는 사람도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적어지며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였다.

 

서예인들도 경제적인 수입이 있어야 심혈을 기울여 작품도 하고 개인전도 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개인전을 열어도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없으니 작가가 큰 비용을 들여서 전시회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래에 희망이 없는 서예를 배우는 학생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많은 서예학원들은 문을 닫았다. 원광대 서예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서예과가 서예계의 침체와 더불어 폐과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 드려야만 하였다.

 

중략

 

출처 : 전북도민일보 http://www.domin.co.kr 20180918

 

언젠가부터 대학에 철학과가 살살 없어지더니 이제는 문창과도 없어지는 추세다. 서예과라고 온전할 리 없다. 그러나 웬걸! 당구과가 생기고 컴퓨터 게임과가 생겼다. 대학은 곧 상아탑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오로지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직업훈련소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삶의 가치관이 돈으로 변했다. 정치가와 천한 자본주의 논리에 대학이 앞장서는 꼴이다.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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