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시 한 편 - 외길

편집팀 | 기사입력 2023/09/28 [10:00]

時詩한 시 한 편 - 외길

편집팀 | 입력 : 2023/09/28 [10:00]

외길

 

 

 

                               / 채성병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문득 가고 싶었습니다

매일 밤 듣던 도밍고의 별은 빛나건만의 별도 시들해져갈 무렵

붉은 봄이 오기 전

인생이란 과연 얼마나 많은 길들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은 잔설들 드문드문 남아 있는 겨울의 잠 덜 깬 길들을 풀어가다 보니

미처 가보지 않은 길 하나

달밤에 외길인 양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오랜 세월 생각했던 생각처럼 떠올랐습니다

길도 양파껍질 벗기듯 벗기다 보면 아무 남는 것이 없습니다

닫고 싶을 때 닫고 열고 싶을 때 여는 귀를 따라

지독한 양파 냄새 맡으며 그 길이 가고 싶었습니다

아무 남는 것 없을지라도

길이란 과연 얼마나 많은 별들을 가지고 있는지!

양파껍질 벗기듯 그 길을 문득 벗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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