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최문자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이불 빨래하는 날은 뒷마당에서 잿물을 내렸다 금이 간 헌 시루 밑에서 뚝뚝 떨어진 재의 신음소리 꼭 독한 년 눈물이네 열아홉에 혼자된 외할머니 독한 잿물에 덮고 자던 유년의 얼룩들은 한없이 환해지면서 뒷마당 가득 흰 빨래로 펄럭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루종일 재가 되고 났는데도 아직 남아 있는 뭐가 있을까? 하여 쇠꼬챙이로 뒤적거리며 나를 파보고 있었을 때 재도 눈물을 흘렸다 어제의 재에다 새로 재가 될 오늘까지 얹고 독한 잿물을 흘렸다 조금도 적시기 싫었던 사랑까지 한없이 하얘져서 세상 뒷마당에 허옇게 널려 있다 재는 가끔 꿈틀거렸다 독한 눈물을 닦기 위하여 <저작권자 ⓒ 뉴스콕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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