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시 한 편 - 눈물

편집팀 | 기사입력 2023/10/19 [07:34]

時詩한 시 한 편 - 눈물

편집팀 | 입력 : 2023/10/19 [07:34]

눈물

 

                               / 최문자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이불 빨래하는 날은

뒷마당에서 잿물을 내렸다

금이 간 헌 시루 밑에서 뚝뚝 떨어진 재의 신음소리

꼭 독한 년 눈물이네

열아홉에 혼자된 외할머니 독한 잿물에

덮고 자던 유년의 얼룩들은 한없이 환해지면서

뒷마당 가득 흰 빨래로 펄럭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루종일 재가 되고 났는데도

아직 남아 있는 뭐가 있을까? 하여 쇠꼬챙이로 뒤적거리며 나를 파보고 있었을 때

재도 눈물을 흘렸다

어제의 재에다

새로 재가 될 오늘까지 얹고

독한 잿물을 흘렸다

조금도 적시기 싫었던 사랑까지 한없이 하얘져서

세상 뒷마당에 허옇게 널려 있다

재는 가끔 꿈틀거렸다

독한 눈물을 닦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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