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시 한 편 - 꽃냉이

편집팀 | 기사입력 2023/10/21 [11:49]

時詩한 시 한 편 - 꽃냉이

편집팀 | 입력 : 2023/10/21 [11:49]

꽃냉이

 

                                      /최문자

 

모래 속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모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장을 말려왔는지.

내 안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말려왔는지.

전에는 겹 백일홍이었을지도 모를

겹 동백이었을지도 모를

꽃잎과 꽃잎 사이

모래와 모래 사이

나와 그 사이

그 촘촘했던 사이.

보아라. 지금은 손이 쑥쑥 들어간다.

헐거워진 자국이다.

떠나간 맘들의 자국

피마른 혈관의 자국.

 

신두리 모래벌판 가본 사람은 알지

피마른 자국마다 꽃 피는 거

헐거워진 모래자국으로도 노랗게 꽃 피우는 거

지금, 신두리 모래벌판 꽃냉이 한철이다.

슬픔도 꽃처럼 한 철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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