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시 한 편 - 슬그머니

편집팀 | 기사입력 2023/10/23 [07:15]

時詩한 시 한 편 - 슬그머니

편집팀 | 입력 : 2023/10/23 [07:15]

슬그머니

 

                                      / 홍일표

           

허공의 틈새에 슬그머니 몸을 밀어넣는 새가 보인다.

 

술값을 내고 슬며시 사라지듯

부고도 없이

혼자 살던 친구가 갔다.

 

픽션처럼

꿈속의 꿈처럼

슬그머니

 

개운산공원에 서서 본다

먼 하늘 한 모퉁이에서 스스로를 지우며 아득해지는

새의 행방을

 

그가 떠났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고

발자국도 무덤도 없이

슬그머니

 

구름이 짓고 허무는 마음의 자리에 새들이 와서 지저귄다

오래 날이 저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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