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시 한 편 - 노독

편집팀 | 기사입력 2023/10/26 [08:31]

時詩한 시 한 편 - 노독

편집팀 | 입력 : 2023/10/26 [08:31]

노독

 

                           /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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