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당의 계종야록(鷄宗野錄) <<23>>

횃불은 들불이 되었다

편집팀 | 기사입력 2022/05/08 [17:59]

무무당의 계종야록(鷄宗野錄) <<23>>

횃불은 들불이 되었다

편집팀 | 입력 : 2022/05/08 [17:59]

.........스물 세 번 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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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

 

이렇게 한 겹 한 겹 여왕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궐내의 움직임은 겉으로 조용해져 갔다. 여왕 자신이 이를 크게 개의치를 않았던 것이다. 궐은 겉으로는 우아했고 속으로도 편했다. 옥이 이를 분주히 다스렸다. 상황이 걱정되는 대신 몇 몇이 이를 여왕께 읊조리고자 했으나 도승지옥을 비롯한 측실들이 이를 말렸으며 그들 또한 왕과 같이 믿는 것이 있어 설마하며 낙관했다. 백성들의 고함을 없는 것들이 추운 날 모여 집단 불체조로 울화를 푸는 것으로, 조금 고깝게 생각하는 정도였다.

 

동짓달 초에 이르자 강호(江湖)의 한다하는 검객(劍客)들이 하나 둘 계천(溪川)옆 광장으로 몰려 나와 나름의 무공(武功)들을 시연(試演)해 보이고, 여기에 맞서 왕의 수호부대 어벙이들은 제미씨 앞에서 왕의 개김을 옹호했다. 아미리에 선()을 대고 자손만대 잘난 척, 고상한 척, 착한 척을 하는 개독의 무리들이 그들의 뒷배를 댔다. 백성들은 만고강상 참담함에 치를 떨었고 때 아닌 한파가 대관령 일대를 훑어 궁으로 치달았다. 서릿발의 발톱이 날카로웠다.

 

상황이 이렇게 가파르게 치닫는데도 삽신술사(揷身術士) 시우(是愚)는 여전히 은신 중으로 가끔 어둠을 도와 도성에 들어 화문(化門)에 나가 세대왕(世大王)을 친견(親見)하고 대왕과 몇 마디 귀엣말을 나누고 돌아갈 뿐이었다. 항간에는 그가 연일 인계(仁溪)골에서 큰 술만 삼킨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번 야심을 도와 축지법으로 산성과 수리를 뛰어 오가며 공명상수, 화평시째와 은밀하게 접촉하며 훗날을 다지는 깊은 도술(飮酒)를 다졌다.

 

그런 날마다 술사는 깊은 통음 후 인천의 성냥공장이라는 알 듯 모를 듯 소리를 읊조렸으며 화평시째는 빨간구두를 암호로 남겼다. 공명상수는 순식간에 성냥공장과 빨간구두를 적어 두는 신공을 펼쳤다. 각공술(刻功術). 공명의 각공술을 넘어뜨린 공술은 이때까지 강호 무림에서 단 한 번도 없었으며 공술의 깊이가 깊은 도술이어서 누구도 이를 흉내 낼 수 없었다.

 

한편, 여의회에서는 계종을 왕으로 밀어 올렸던 화무림의 붕당(朋黨) 새눌에서도 슬슬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검무(劍舞)가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영도진(影島津) 출신 무대(武大)와 그에 선을 대고 있던 여러 검자들이다. 그들은 먼저 궁에서 내려온 상선 내시 이현을 조준해 무림을 떠나라며 씨팍공을 펼쳐 채근했다. 씨팍공은 십팔계공(十八系功)의 하나로 근원인 삼십육계(三十六計)에서 진화된 공술이었다.

 

여왕의 간을 깊숙하게 보는 지간공(肢揀攻)을 쑤셔버린 것이다.

 

앞서 왕의 간을 본 승유(承流)가 대충 무사하게 시절을 간수해 넘기자 이에 용감을 무쌍하게 더해보는 것이었다. 본시 그런 자들이었고 이는 화무림의 오랜 전통이어서 저자의 모든 백성들도 그러려니 하며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이에 맞선 상선내시 이현은 뭣도 모르는지라 순진하게 왕의 밀지(密旨)를 받아 쥔 것만을 단단히 믿어 조까술을 부렸다. 조까술은 왜에서 넘어온 사술로 판을 흔들어 본말을 흩뜨려 버리기 위한 깽판술의 전 초식(前 稍食)으로 막판술(莫板術)이나 전복술(顚覆術)의 초술(初術)로 패전을 자인하기에 무례한 저급한 사술이어서 강호의 무림에서는 이를 펼치기를 삼가는 막술(邈術) 이었다. 백성들은 이를 보며 씨부랄을 깔 놈들이라며 혀를 끌어 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없는 왕의 소년 무사들은 아직도 고개를 뻣뻣하게 쳐들고 눈알을 부라리며 몹시 원통하고 절통해 하며 곳곳에 소금을 뿌려댔다. 밥줄이 곧 끊어질 것임에 전전긍긍하는 것이긴 했다.

 

, , , 흠 같은 소년무사들과 어벙문파와 음마부대들이 나서 여기저기 찍찍 침을 뱉어가며 칼춤을 시늉했다. 열심이었다. 대를 이은 저들만의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충성이었다.

 

--24회에서 계속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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